본문 바로가기
여행

카파도키아 괴레메 배낭여행 (2)

by Nicole 2023. 10. 14.

괴레메는 우리가 흔히 '카파도키아'라고 부르는 동네의 실제 이름이다.

카파도키아라는 지역은 특별히 정해져 있지 않다.

실제 한 터키분은

"우리는 이곳을 모두 카파도키아라고 부르지만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카파도키아인가. 아무도 모른다."

라고 말하기도 했다.

 

 

아침 비행기를 타고 이스탄불에서 출발했음에도, 호스텔에 체크인을 했을 때는 두시가 넘었다.

네시 반에 로즈밸리* 투어를 예약해둔 상황에서 근처의 open air museum으로 불리는 '괴레메 야외 박물관'이나 우치히사르 성채에 갈 시간적 여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걸어서 1시간 반정도 걸리는 거리로 생각했는데, 차가 다니는 도로를 따라 가면 20분 거리였다.)

*카파도키아, 특히 괴레메 지역에는 로즈밸리, 피죤밸리 등 다양한 이름의 협곡이 있다.

 

 

마침 호스텔에서 만난 Jan이라는 덴마크 아저씨와 호스텔 뒤쪽에 올라서 카파도키아의 꽤 괜찮은 뷰를 처음으로 보게 되었다. 그 뷰를 보러 언덕 위로 올라가려면 돈을 내라는 터키분이 계셨는데, 덴마크 아저씨의 몇개의 질문과 생활력으로 돈은 지불하지 않고 잠시 본 광경이다.

높은 곳에서 본 괴레메

아저씨가 하이킹을 같이 갈건지 물어보셨지만, 나는 그날 이스탄불에서 괴레메로 이동하는 동안 어쩌다 보니 물 한모금, 음식 한입 조차 먹지 않은 상황이라 뭘 좀 먹으러 가야겠다고 하고 언덕에서 내려왔다.

 

 


 

 

날이 더워 옷을 갈아입으러 돌아온 호스텔에서는 파비안이라는 스위스 친구를 만났다.

이 친구는 독일어를 사용하는 스위스 지역에서 온 25살 친구로, 의대를 지난달 막 졸업하고, 다음달 본격적으로 의사로서 일을 시작하기 전에 여행을 하고 있다고 했다.

다음 목적지는 이집트라고 했는데, 이 친구가 이집트에 가는 이유는 스쿠버다이빙을 위해서라고 했다.

이후에도 이집트 스쿠버다이빙에 대한 이야기를 몇몇 여행자들에게 들었는데,

이집트가 스쿠버다이빙으로 유명한지 처음 알았다.

나도 흥미가 생겼다.

나는 여행지에서 만난 친구들과 인스타그램으로 보통 연락하는데,

간혹 몇몇 인스타그램을 사용하지 않는 친구 중 한 명이 이 친구였다.

Whatsapp (한국 이외 거의 세계 모든 국가가 사용하는 메신저앱)이 있냐고 나에게 물어봤지만, 나는 카카오톡뿐 사용하지 않기에.. 그 친구와 내가 로즈밸리투어에서 돌아오는 일곱시쯤 호스텔에서 만나 저녁을 같이 먹기로 하고 식사를 하러 갔다.

그는 내가 돌아올 때까지 책을 읽고 있겠다고 했다.

이번 여행에서 책 여러권을 들고 다니며 여행하는 배낭여행자들을 많이 봤는데,

독서가 삶의 일부인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크게 감명 받았다.

괴레메 메인 다운타운의 식당.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음식점 이름에 케밥이 들어가서 신뢰가 갔다

먹을 것을 좋아하지만, 여행할 때에는 맛집을 굳이 찾아다니진 않는다.

사실 어디서 뭘 먹어도 난 다 맛있다.

그래서 파비안과 리셉셔니스트의 맛집 추천을 받았지만, 나는 호스텔 앞 다운타운의 케밥집으로 갔다.

이 케밥이 무슨 케밥이었는지도 기억이 안 난다.

아다나 케밥일까? 아님 램 케밥일까?

굉장히 맛있었던 것 만 기억난다.

케밥을 시키니 샐러드를 함께 주었는데, 혹시 비빔밥처럼 섞어먹는 것일까 잠시 고민했다.

밥을 먹고는 로즈밸리 투어를 갔다.

 


 

 

괴레메에서는 한국의 스파이시터키라는 에이전시의 투어를 많이 이용했는데,

내가 이틀만 괴레메에서 보낼 예정이었기 때문에, 광활한 괴레메의 자연을 모두 보기 위한 선택이었다.

너무 잘한 결정이었다.

다음 포스팅에서 다룰, 하루 일정을 차지하는 그린투어의 자연도 좋았지만,

나는 해질녘의 로즈밸리가 정말 인상 깊었다.

로즈밸리의 절벽. 바다가 만든 모양이라고 했던 것 같다.

 

로즈밸리, 피죤밸리 등 협곡에는 literally 피죤, 비둘기 집이 많다.

비둘기 똥을 거름으로 사용하곤 해서 비둘기집을 (절벽 안에 구멍) 만들어두고 퇴비로 사용했다고 한다.

세월에 다듬어진 굴곡이 너무나 아름다운 로즈밸리였다.

로즈밸리의 바위와 절벽은 말 그대로 로즈색이어서 로즈밸리로 부른다.

 

투어가이드 아저씨가 찍어주신 내 사진. 해가 내 손위에 오게 찍어주시느라 고생 많으셨다.

 

로즈밸리 투어는 1시간 반 가량 진행되었는데, 한국인만 있었고, 혼자 여행하는 남자분, 여자분과 서로 열심히 사진을 찍어주었다.

이 남자분과 여자분은 후에 이스탄불에서 다시 우연히 만나게 된다.

여행은 이런 점이 참 재밌다.

 

 


 

로즈밸리 투어가 끝나고 돌아오니 벌써 거리는 어둑해졌다.

호스텔 루프탑에서 스위스 파비안을 만났는데, 다른 여행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여기서는 영국에서 온 리스라는 친구를 만난다.

Rhys가 그 이름의 스펠링인데, 이 이름의 친구는 처음이었다.

Rhys도 저녁을 같이 해도 되겠냐고 해서 그러자고 했다.

다음날 아침 떠나는 파비안이 4일 동안 괴레메에 머무는 동안 너무 맛있어서 두 번 방문했던 음식점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가고 싶다고 해서 그 곳으로 출발했다.

파비안이 점심 때 본인이 추천해준 이 음식점에 안 갔다고 뭐라해서, 저녁에 너희랑 가려고 안 갔지~ 라는 농담도 해주었다.

 

음식점 가는 길에 찍은 거리

괴레메는 많은 음식점과 집들이 절벽 안에 있고, 그렇지 안더라도 이렇게 바위 같은 느낌의 건물과 거리가 많다.

참 이국적인 광경이다.

호스텔에서 걸어가는데 20분 정도 걸리고 점점 한산해져서, Rhys와 나는 Fabien에게 우리 납치하는거 아니냐고 장난을 쳤다. 그렇게 걸어서 우리가 간 음식점의 이름은 Nazar  Borek & Gozleme.

절벽 위에 있고, 절벽 안에 부엌이 있는 음식점이었다.

대부분의 자리는 테라스도 아닌, 그냥 절벽 위의 야외 테이블이었다.

너무 예쁜 음식점이었다.

 

음식점에서의 뷰. 풍족하게 먹어도 만원도 안되는 식사였다.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데, 내가 먹은 일종의 고기 파이와 Rhys와 나눠 먹은 시금치와 치즈가 들어간 터키식 피자.그리고 Fabien이 한 입 나눠준 터키 요거트 음료 ayran까지

한시간 반 정도는 앉아서 Rhys, Fabien과 수다를 떨었던 것 같은데 별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

어떠한 의도도 없이 말하는 것인데, 남자애들과는 대부분 시덥잖은 농담 따먹기 대화가 많아서 더 그런 것 같다 ㅋㅋ

기억나는 것은 터키에서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이런 뷰에서 먹는게 얼마나 저렴한지에 대한 대화다.

나에게도 저렴한데, 스위스와 영국 런던의 물가에 비하면 얼마나 저렴할지 상상해보라!

식사하고는 호스텔로 돌아와서 루프탑에서 맥주를 한병씩 했다.

Fabien이 Rhys와 내 Efes 맥주를 사줬다.

한 병에 60리라 (3000원 정도) 이긴 하지만, 금액을 떠나서 그 마음이 고마웠다.

이렇게 스케줄 변경으로 혼란했던 여행 시작의 첫번째 제대로 된 하루를 마무리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