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산토리니에 가기 위해서 나는 우선 아테네 공항을 경유했다.
아테네에서 산토리니로 가는 비행기는 무려 새벽 2:45분이었다.
낮 시간에 이동 시간을 줄이고 싶었기도 하고,
밤에 공항에 가서 눈 좀 붙인 뒤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면 하루 호스텔 숙박비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나는 비록 너무 피곤해서 연착된 비행기 시간도 비몽사몽 확인하고, 탑승권도 사라져서 혼란했다.
(자고 있던 의자 밑에서 찾음)
아테네 공항에 도착하자 마자 터키와는 다른, 유럽 느낌이 물씬 났다.
얼마만에 쓰는 유로인가.
공항에 도착하자 마자 샌드위치 가게에서 그리스 프라페와 커스타트 파이를 먹었다.
그리스는 인스턴트 커피에 거품을 내서 만들어주는 프라페가 유명하다.
그릭 커피도 유명한데 터키 커피와 비슷하게 가루를 타서 만들고,
보통 설탕이나 우유를 넣어 마신다.
달달한 커피는 좋아하지 않지만, 그 나라 사람들이 먹는 대로 먹고 싶어 매번 설탕을 넣어 마셨다.
그렇게 산토리니에 우여곡절 끝 도착했는데, 정말 추웠다.
카파도키아 보다, 비오는 이스탄불 보다 추웠는데, 해 뜨기 전이고 바닷가라 바람이 거셌다.
Fira Backpackers 호스텔에 도착하니 리셉션이 닫혀있었다.
거기서 2주 동안 산토리니에 머문 프랑스 여자애를 만났는데,
하루에 3시간 정도씩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여행하는 것 같았다.
몰랐는데, 페이스북에 호스텔 플랫폼이 있는데 하루에 2-3시간 리셉션을 보면 숙박을 공짜로 이용할 수 있는 오퍼가 많다고 한다.
이 친구가 풀타임 리셉셔니스트를 부르는데 실패해서 나는 샤워도 못하고 바로 산토리니 피라 섬을 둘러보러 갔다.
산토리니에는 크게 Fira 피라, Oia 이아 섬 두개가 있는데,
이아 섬이 우리가 산토리니를 생각했을 때 떠올리는 파란 지붕의 하얀 건물이 있는 섬이다.
피라는 산토리니의 다운타운, 메인 거리이다.
온갖 클럽과 바들이 있다.
너무 일른 아침이어서 그런지 상점이 다 닫혀있었다.
언덕을 따라서 자갈돌이 박힌 길이 늘어져 있고, 그 사이로는 바다와, 바다색의 하늘이 보였다.
배가 고파서 조금 돌아다니다 기분 좋은 호객행위에 한 식당에 들어갔다.
이 식당에는 salty crepe, greek crepe를 팔았는데, 이전에 디저트식 크레페에 익숙했어서 궁금했다.
그리스식 크레페 안에는 치즈, 버섯, 피망, 햄 등 다양하게 들어있었는데, 전혀 짜지 않고 치즈도 담백한 것이 너무 맛있었다. 그리스음식은 내 입맛에 정말 잘 맞았다.
세계 여행하며 제일 잘 맞는 음식은 단연코 그리스 음식이었다.
건강하고 짜지 않은, 재료 맛이 많이 나는 신선한 맛!
그리고 에스프레소 프레도에 설탕 넣어서 함께 :)
저렇게 먹어도 그리스는 다른 유럽국가 비교하면 음식이 비싸지 않다. 해도 12유로 정도였던 것 같다.
밥을 먹고는 어슬렁 거리다 호스텔로 돌아왔다. 거리가 10분 정도 밖에 되지 않았는데, 여기서 아르헨티나 친구 Melody를 만났다.
이름이 Melody라니 너무 예쁜 이름이다.
나는 체크인을 못했고, 이 친구는 체크아웃을 해서 갈 곳이 없는 상황이었는데,
수다를 떨다 자기가 세시까지 할게 없다고 해서 내가 맥주 마시러 가자고 했다.
맥주 마시러 루프탑 바에 갔는데, 거기서 멜로디의 셀카스틱으로 아주 야단법석을 떨었다.
멜로디는 내 생각에 근처에 살았다면 베프가 되었을 친구 재질이다.
친화력이 대단하다.
아쉽게도 멜로디가 세시 쯤 버스를 타고 떠난 뒤, 나는 하루만 머무는 산토리니에서 뭘할까 하다 멜로디가 추천해준 레드비치에 가기로 한다.
바로 앞 셔틀 정거장에서 30분에 한대씩 레드비치로 가는 버스가 오고, 1.6유로를 현금으로 내면 탈 수 있다.
날이 제법 더워졌는데, 그 시간에 바다에 들어가고 또 씻고 저녁 먹으러 가기 귀찮아서 한바퀴 걸었다.
실제로 밑에 내려가면 붉고 검은, 꽤나 큰 모래알이 보인다.
그냥 걸으면 발이 좀 아플 정도로 큰 입자였다.
유럽 해변에 가면 꽤나 생소한 광경을 볼 수 있는데, 아주머니들이 태닝을 하려고 비키니 브라를 안 입는다.
이전에 유럽 배낭여행할 때에도 봤었지만, 볼 때 마다 살짝 놀란다.
이상하다기 보다는, 남의 시선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것이 솔직히 정말 멋있다.
그냥 몸일 뿐인데 사실 남자들과 달리 가려야 하는게 이상하긴 하다.
우리가 모두 익숙한 브라이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가슴을 가리는게 더 이상하긴 하다.
한시간 정도 걷다 선셋을 보기 위해 피라-이아로 넘어갔다. 가는 길에 옆 자리에 베트남인-독일인 커플을 만나 수다를 떨었다. 아시안을 만나면 반갑고 친근감이 든다.
갓난아기도 함께 있었는데 아기가 엄청 부끄러워하면서 눈도 못 마주치더니 내 손을 꼭 잡고 내려서도 안 놔주더라.
너무너무 귀여웠다.
나는 호스텔 월드라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서 항상 호스텔을 구하는데,
요즘 여기에 같은 지역, 같은 호스텔에 머무는 사람들끼리 소통할 수 있도록 투숙일 이전에 채팅방이 열리는데,
여기에서 몇몇 사람들이 인스타그램 단톡방을 만들어 저녁에 같이 놀기로 했다.
이아에서 Bryce라는 호주 친구와 John이라는 미국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Sunset은 엊갈려서 각자 따로 보았다.
산토리니의 석양은 세계 3대 석양이라고 한다. 특히 이아는 석양 명소인데, 한 한시간 전부터 사람들이 계단과 골목에 서서, 앉아서 자리를 잡고 있다.
하지만 미리 가지 않아도 아름다운 석양을 볼 수 있다.
해질녘의 산토리니 건물은 따뜻하고 자유로운 느낌이었다.
섬 위의 건물들 사이에 있지만 마치 큰 배에서 항해하는 기분이었다.
일몰이 끝나고 나는 호스텔월드에서 이야기한 Bryce와 John을 만나러 갔다.
Bryce는 지나가는걸 한 눈에 알아봐서 같이 John을 찾아다녔다.
Bryce는 호주에서 온 plumber로, 우리나라 말로 하면 배관수리공? 같은 것이다.
그런데 호주에는 이 직업의 친구들이 꽤 많고, 아테네에서도 한 명 봤다.
대학을 가지 않고 4년 정도 기술을 배워서 특정 에이전시에 속해서 일하게 된다.
John은 이후 더 친해진 친구로 미국에서 온 친구인데, 사실 친구라고 하기에 나이가 살짝 많다.
그리고 나를 어린애 취급해서 더 삼촌 같이 느껴지게 되었다.
그는 36살 미국 변호사로 한달 동안 그리스 motorbike 여행을 하고 있었다.
일년에 한달씩은 꼭 오토바이 여행을 한단다.
한국에서도 만난적 없는 변호사를 여기서 만났다.
굉장히 똑똑한 친구였는데,
내가 패션과 컴퓨터공학을 공부했다 하니, Dolly와 같은 기업처럼 AI가 디자인과 같은 것을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등 질문 폭격을 가해서 혼미했다. 가끔 내가 더 똑똑하고 다양한 것에 관심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 대답은 No 였는데, 창작을 하더라도 사람들이 AI가 만든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그것에 대한 connection을 잃게 되고 실제 나도 인스타그램에서 아름다운 artwork를 보아도 AI의 산물임을 알게 되면 그것을 덜 appreciate하게 된다고 했다.
생각해보니 꽤나 괜찮은 답변이었던 것 같다.
우리 셋은 유명한 테이크아웃 기로스 집에서 식사를 하고, 바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나는 Bryce가 끌고온 ATV 뒷자리에 타서 호스텔로 돌아왔는데 정말 재밌었다.
하늘에 별도 정말 많았고, 30분 정도 바람을 온전히 맞으며 돌아오는 길은 스릴있었다.
John은 자기 오토바이를 타고 갔다.
산토리니의 유명한 바와 클럽은 모두 피라 섬에 있는데,
여기서 22시에 인스타그램 그룹의 solo travelers가 모두 만났다.
호주에서 온 Harry, 미국에서 온 Evelyn 등등 몇몇 친구들을 만나 놀았다.
그러고 나는 어떻게 됐을까..?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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