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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카파도키아 괴레메 배낭여행 (3)

by Nicole 2023. 10. 14.

카파도키아 여행의 둘째날은 더 바빴다.

이날 저녁에 이스탄불로 다시 넘어가는 일정이었기도 하고, 

내가 정말 기대했던 벌룬투어 (열기구 투어)와 그린투어 (괴레메 밖의 카파도키아를 돌아보는 투어)를 모두 가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열기구는 특히 우리나라에서 카파도키아를  유명하게 만들었는데,

코로나 이전에도 15-20만원 하던 투어가 요즘에는 200-250 유로, 한화 35만원 정도 한다.

그 돈을 내고도 기상 상황에 따라 취소가 될 수도 있다.

(나는 35만원을 냈지만, 가끔 남는 자리를 호스텔 등에서 연계해서 구하면 15만원 정도에 타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호스텔의 덴마크 아저씨 Jan이 그렇게 탔다고 했다. 물론 출발지가 달라서 다른 열기구들과는 뷰가 조금 다른 것 같다.)

내가 원래 방문 예정이었던 날짜는 일기예보가 너무 좋지 않아,

카파도키아의 열기구와 자연을 보기 위해 거의 80만원 가량의 돈을 더 내고 항공편과 숙소를 변경했는데 너무 잘한 선택이었다.

 

 


 

 

열기구를 타러 가려면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아침 5시 30분쯤 투어버스가 호스텔 앞으로 왔다.

열기구에는 놀랍게도 나 빼고 모두 중국인이었는데,

그 중 나와 같은 칸에 있던 중국인 커플이 내 사진을 많이 찍어주고,

내가 키가 작아서 잘 못보니 앞에 가서 볼 수 있도록 배려해주었다.

 

열기구 타는 곳

 

대부분의 열기구들은 이렇게 한 곳에서 출발한다.

시간차를 두고 올라가서 다른 열기구를 바라보는 뷰가 좋다.

 

열기구에서 본 로즈밸리

공기도 좋고 날이 맑아 열기구 사이로 보이는 달도 정말 아름다웠다.

조금 더 가까이서 보이는 열기구들

열기구가 많으니 그 중 더 예쁜 열기구도 보이는게 재밌었다.

열기구는 1시간 가량 진행되고, 내려오니 무사히 비행을 마친 것을 축하하며 달달한 샴페인을 따 나눠주었다.

10시에 그린투어에 가기 전에 괴레메 open air museum를 보고 싶어서,

투어 드라이버께 호스텔이 아닌 open air museum에서 내려달라고 했다.

 


 

Open air museum은 괴레메에서 꼭 방문해봐야하는 장소 1위로 여행 가기 전 책에서 보았다.

입장료가 꽤나 비싸기도 하고 (30000원 정도였던 것 같다), 그린투어에 가기 전 볼 시간이 20분 정도 밖에 없어서 잠시 고민했지만, 나는 한 번 갔던 여행지에 다시 안 가기 때문에, 그 값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결론 내리고 들어갔다.

 

 

안에는 크리스찬들이 숨어 기도를 지내던 종교적 장소들이 많았다.

터키에는 이슬람과 크리스찬의 대립구도 속에서 만들어진 역사적 공간들이 많다.

괴레메 야외 박물관에서의 풍경

20분 간 짧은 방문 뒤에는, 호스텔로 서둘러 돌아왔다.

여행할 때, 뮤지엄이나, 특별한 유적 보다도 그냥 그 나라의 길을 걷는 것, 그 나라 사람들의 생활을 보는 것을 가장 좋아하는 나로서는 호스텔로 돌아오는 20분 가량의 길이 기억에 남는다.

괴레메의 자연 속에 녹아든 도로가 너무 아름답고 인상 깊었다.

괴레메의 흔한 도로 풍경
호스텔로 돌아오는 길 본 말 키우는 곳. 투어를 위한 말들인 것 같다.

 

 


 

 

10시쯤 호스텔 앞으로 온 그린투어 밴을 타고는 8시간 가량의 그린투어를 떠났다.

여행 가기 전 회사 동기가 추천해준 마이리얼트립이라는 앱에서 구했다.

원래는 스파이시터키 투어를 이용하려고 했으나, 갑작스런 일정 변경으로 원하는 날에 자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서 영어투어를 신청했는데, 바라던 대로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첫번째는 파키스탄 가족. 젊은 파키스탄 부부와 8살 남짓 된 남자아이, 그리고 갓난아이.

파키스탄 아저씨도 나와 같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라고 했다.

이 가족과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내가 카파도키아에 오기 위해 돈을 많이 썼다고 했더니, 그 가족도 그랬다고 했다.

나처럼 터키에서 그리스로 넘어가는 여행 계획이었는데, 비자 문제로 그리스의 모든 것을 예약해놓고 못가서 돈을 날리게 되었다고 했다.

파키스탄 아저씨가 혼자 여행할 때는 여행 비자를 받기 어렵지 않았는데, 가족 단위의 여행으로 불법체류 가능성에 대한 이슈가 있어 비자가 거절 되었다고.

이번 여행을 통해 어떤 국가의 사람들은 특정 나라를 여행하기 위해 비자가 필요한 불편함이 있기도 하고,

비자를 못 받아서 여행하지 못하는 나라들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후에 이스탄불에서 만난 이라크 친구와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만난 우즈베키스탄 친구의 케이스도 그러했다.

 

두번째는 스코틀랜드 아저씨와 태국 아주머니 커플. 태국 아주머니와 이야기를 가장 많이 했는데, 영국에서 공부하고, 현재는 스코틀랜드에서 춤선생님으로 지낸다고 했다.

 

세번째는 러시아 커플. 이 친구들은 영어를 잘 못했는데, 처음에는 대면대면하다 하루종일 같이 있으니 말문을 트고 나서는 잘 소통이 안되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말을 시키더라.

남자애는 내 또래되어 보였는데, 이야기 하다가 너는 어느나라에서 왔냐고 물었더니,

"나는 러시아에서 왔는데, 나는 전쟁이랑 푸틴이 멍청하다고 생각해. 너가 러시아 사람이 다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라고, 내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Where are you from?" 이라는 한 마디에 저렇게 말하더라.

그런데 저 말을 들으니, 더 친해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게, 나도 모르게 어떠한 편견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외에도 키르기스스탄에서 여행하는 부부도 함께 했는데, 말은 많이 해보지 못했다.

 

 

 


 

 

우리 팀의 가이드는 터키 분이셨는데, 아무래도 러시아 사람, 키르기스스탄 사람들이 있다보니, 영어와 러시아어에 모두 능통하셨고, 두 언어로 설명을 진행하셨다.

우리 팀을 "피스타치오, 피스타스키" 라고 불러 통솔했는데, 그 라임이 재밌어 아직도 기억이 난다.

 

 

첫번째 방문했던 곳은 괴레메 파노라마.

괴레메의 전망을 모두 볼 수 있는 곳인데, 익숙해졌던 괴레메의 풍경에도 너무나 아름답게 느껴졌던 뷰였다.

 

괴레메 파노라마에서의 뷰. 나무와 어우러진 괴레메의 절벽이 아름답다.

이곳에는 사실 굉장히 많은 여행객들이 있다. 이 뷰에 안 나와서 다행이다.

 

 

두번째 방문했던 '셀리메 수도원' 은 괴레메 파노라마에서 한 시간 반 정도 가서 있는 곳이었는데,

가는 길에 카파도키아의 광활한 평야를 볼 수 있었다.

자지 않고, 풍경을 더 보고 싶었는데, 피곤해서 잠을 참을 수 없었다.

그래도 이 사진은 건졌다.

 

차 밖 풍경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일상이겠지만, 나에게는 더위에 건조해진 풀의 색, 나무 하나 없는 산이 특별한 장면이었다.

 

 


 

 

셀리메 수도원은 로마시대 박해를 피해 기독교인들이 숨어 지내던 곳인데, 바위와 절벽을 깎아 만든 곳이다.

이곳에는 예배를 보는 곳 뿐 아니라, 방, 부엌, 학교 등이 모두 있는데, 구분이 유관상으로는 어렵다.

 

셀리메 수도원의 창문 밖의 모습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예배를 보는 곳이었던 것 같다.

 

셀리메 수도원을 방문하고 난 뒤에는 식사를 하러 갔다.

으흘랄라 계곡 트래킹 코스 초입에 있는 음식점이었는데, 음식 이름은 아쉽게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으흘랄라 계곡 식당

 

투어로 가서 큰 테이블에서 식사했지만, 소규모 단위로 가면 이렇게 계곡 위 테이블에서 식사하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내가 먹었던 고기와 밥. 토마토 베이스로 짜지 않고 한국인 입맛에 잘 맞는다.

 

으흘랄라 계곡은 피죤밸리라고도 한다고 했는데, 괴레메 근처의 피죤밸리와는 다른 곳인 것 같다.

여기에도 비둘기들 집이 많아서 그렇게 부른다고 했다.

꼭대기에 가서 본 절벽도 예뻤지만,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작은 오솔길이 더 예뻤다.

 

정상 올라가는 길의 귀여운 의자들
으흘랄라 계곡 정상에서 본 절벽

올라가는 길이 꽤 되어서 파키스탄 가족은 8살 아들만 올라왔는데,

애기가 너무 착하게도 이 모습을 못 보는 가족들을 위해 등산 내내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찍더라.

애기가 이 장소를 기억할 수 있도록 내가 가족들 대신해서 사진을 찍어주었다.

물론 애기도 답례로 내 사진을 찍어주었다.

 

 


 

마지막으로는 투어의 필수코스답게 기념품샵을 갔는데,

나는 아무것도 안 살 것으로 생각했는데, 거기서 먹은 helva라는 터키식 큐브모양으로 압착된 솜사탕이 너무 맛있어서,

시골할머니, 서울할아버지 할머니, 우리가족 것 세통을 사고,

내가 여행하면서 먹을 싼 피스타치오 헬바 한통을 샀다.

 

 

투어가 끝나고 모두 숙소에서 내리지 않고 다운타운에서 내렸는데,

투어 가이드 아저씨가 아쉬워하는 눈치였다.

맨날 새로운 사람을 만날텐데도 사람들과의 헤어짐에 아쉬워한다는 것은

참 인간적이고 따뜻한, 사람 아름다운 모습 중 하나인 것 같다.

 

 


 

 

그린투어가 끝나고 호스텔에 돌아가기 전 시간적 여유가 되어, 다운타운의 사람 많은 음식점에 갔다.

위치적인 장점으로 장사가 잘 되는 곳인가 했는데, 너무 맛있었다.

터키시 미트볼. 이름은 kofte, 쾨프테 이다.

같이 그린투어를 했던 태국 아주머니가 꼭 꼭 먹어봐야 한다는 카파도키아 와인 마시기 미션을 완수해서 다행이었다.

와인은 근데 다 비슷한 와인이다. (나 와인 좋아한다)

 

터키식 미트볼 kofte와 카파도키아 와인

터키식 미트볼 kofte. 그을린 맛이 일품이다. 그리고 터키의 피망 같은 고추 잘 어울린다.

 


 

 

이스탄불로 돌아가는 셔틀버스를 타는데 Rhys를 다시 만났다.

사실 전날에는 Rhys와 이야기를 많이 하지 못했는데, Kayseri 공항으로 가는 내내 한시간 반동안 영국 런던 출신 Rhys와 수다를 떨었다.

굉장히 유머러스한 친구였는데, 이 친구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였다.

2주간 혼자 휴가 여행 중으로, 이 친구는 터키에만 있었다고 한다.

이 친구가 너무 웃겼는데, 지금 기억나는 농담은 하나 밖에 없다.

링크드인 얘기를 하다가, 링크드인에서 "런던 밖의 시골에서, 지금보다 적은 연봉으로 너를 채용하고 싶은데, 관심 있니?" 라는 오퍼를 많이 받는다고 ㅋㅋ

 

 

그리고 이 친구도 여행할 때 책을 여러권 들고 다니는 친구로, 독서와 관련하여 나에게 영감을 준 여럿 중 하나다.

또 이 친구는 학부 때는 경영쪽 공부를 했었는데, self-taught 엔지니어로 지금은 규모가 꽤 큰 스타트업에서 영국 정부와 협업하여, 수요가 있을 때만 전기차 station에 전기를 공급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고 했다.

30살이지만, 최근에 승진해서 개발과 managing, 즉 관리자 업무를 같이 한다고.

이 친구는 런던의 룸메가 한국인이라 김치랑 김치볶음밥을 좋아한다고 한다.

그리고, 나에게 소프트웨어 개발자라면 런던에서 일하는 것도 괜찮다고 말하며,

이번 여행에서 나의 새로운 꿈에 대한 아이디어를 시작하게 했다.

 

 

공항 가는 내내 수다 떨고, 커피도 마시고, 비행기 타기 전까지 수다 떨었다.

사람이 재밌는게, 어떤 사람들과는 이렇게 만난지 얼마 안되어도 베스트프렌드처럼 수다를 떨 수가 있다.

Rhys는 이번 여행 내가 생각하는 첫번째 친구였다.

언젠가 왠지 여행하면서 한 번쯤 더 만날 것 같은 친구.

이렇게 카파도키아의 여행은 마지막까지 근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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