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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스탄불 배낭여행 (5)

by Nicole 2023. 10. 14.

이스탄불에서의 둘째날, 여행의 네번째 날

가장 먼저 향한 곳은 호스텔 근처의 그랜드 바자 grand bazaar.

2000여개의 상점이 모여 있는 곳으로, 호스텔의 리셉셔니스트가 절대 아무것도 사지 말라고 했다.

 

그랜드 바자 안에 주스 가게

배가 고팠는데, 먹을 만한 케밥 가게를 지나쳐 그랜드 바자 안에 맛있는게 있을까 하여 갔다.

터키에는 이런 주스가게가 정말 많은데, 보통 잘 먹었다 하면 50리라 (2500원 정도) 이고,

그랜드 바자 같은 관광지에 가면 100리라 (5000원 정도) 정도 한다.

석류주스, 믹스 주스 등 많이 있는데,

나는 그때그때 새로운 맛을 마셔보고 싶어서, 항상 믹스 주스를 마셨다.

넘 신선하고 맛있다. 근데 많이 마시면 배아프다.

 

그랜드 바자 내부. 짝퉁 디올, 루이비통과 터키 랜턴 등을 판다.

 

몇몇 바자에 가봤지만 사실 그랜드 바자는 그 규모 때문이 아니라면, 파는 물건들은 그다지 특별하지 않다.

굉장히 큰 규모의 짝퉁 시장이다.

그랜드 바자를 방문할 때 비가 굉장히 많이 와서 갈 곳이 없었는데,

안에는 담배냄새가 너무 강해서 빠르게 나와서 가장 가까운 비싼 도너 케밥 집으로 갔다.

이 케밥 집에는 의자도 없고, 다른 케밥 가격의 두배였고, 맛도 너무 짜고 맛이 없었는데도 그랜드 바자 안에 더 머무를 수 없을 정도로 담배냄새가 너무 세고, 먼지가 많아서 두통이 왔었다.

 

터키 사람들은 무슬림으로 술을 마시지 않는데, 대신 담배를 굉장히 많이 핀다.

여행 마지막 날 이스탄불에서 만난 현지 터키인이 말해주길 인구의 90%가 담배를 피고,

초등학교 때부터 피는 아이들도 있다고.

심지어는 대마도 꽤나 안 보이는 곳에서 핀다고 한다.

 

야외의 그랜드 바자

 

바자는 보통 실내인데, 그랜드 바자는 이렇게 건물 밖에도 굉장히 많은 상점들이 있었다.

여행의 가장 큰 묘미는 정처 없이 가고 싶은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유명한 장소들을 지나간다는 것이다.

걷다 보니 이집션 바자에 도착했는데, 다양한 향신료들의 향이 인상적이었다.

판매하는 물건들이 주로 바클라바, 향신료 등 좀 더 로컬 상품이어서,

개인적으로는 이집션 바자가 그랜드 바자 보다 좋았다.

 

이집션 바자의 향신료 가게. 그랜드 바자보다 깔끔하다

 

 


 

 

이집션 바자와 옆의 모스크를 지나서는, 이스탄불의 또 하나의 유명한 자미 (모스크) 인 술레이마니예에 갔다.

모스크는 모두 거대한 돔과 그 안에 각기 다른 패턴과 문양을 갖고 있는데,

술레이마니예가 다른 모스크와 더욱 도드라지게 달랐던 점은 수많은 돔과 그 규모.

그리고 높은 곳에서 바다를 내려다 보는 경치였다.

술레이마니예 자미에서의 뷰
술레이마니예 모스크 정면

 

 


 

 

이 거대하고 아름다운 자미를 보고는 배가고파 다시 그랜드 바자 쪽으로 돌아가 끼니 같은 간식을 먹었다.

터키에는 유명한 음식과 디저트가 많아 모두 먹어보려면 부지런히 계획해야 했다.

 

Asi Kunefeleri Eminonu

Kunefe는 튀긴 케이크 안에 치즈가 들어있는 디저트인데, 흔히 우리가 먹는 단짠단짠 디저트이다.

너무 맛있었다. 약간 치즈스틱에 꿀 뿌려 먹는 맛이다. 생각보다 맛있다.

위에는 카이막과 피스타치오 가루.

터키와 그리스에서는 음식에서 피스타치오를 많이 볼 수 있다.

그리고 오른쪽 상단은 그 유명한 바클라바이다.

바클라바도 종류가 다양한데, 저 네모 모양이 가장 대표적으로 피스타치오가 들어간다.

신기하게도 피스타치오 바클라바에서는 약간 오렌지 같은 상큼한 맛도 난다.

그리고 유명한 터키시 커피.

커피를 갈아 그대로 가루를 넣는데, 남아 있는 커피가루는 먹는게 아니다!

 

 


간식을 먹고 걸어서 한 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카리예 자미를 찾아가는 길에 우연히 이스탄불인가 터키에서 가장 오래된 모스크를 발견해서 들어갔다.

관광객이 많은 지역에서 벗어나서 그런지, 사람도 아무도 없고 고요해서 나만의 자미 (모스크), 나만의 공간을 찾은 것 같아 기분이 묘하고 좋았다.

 

자미의 내부

여기에서 우연히 지나친 인연이 생각나는데, 한 무슬림 젊은 여성이 나와 이곳에 같이 있었다.

내가 나가려고 하는데, 이 여성이 바깥까지 급하게 따라나와서 자기를 따라 들어와보라고 했다.

나는 그 찰나, '혹시 모스크를 위한 도네이션 (기부)를 하라고 하는건가?'

라는 못된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녀는 너가 못 본게 있다며 손가락을 가리켰다.

거기에서 처음으로 나는 카페트 바닥이 아닌 옛날 모습 그대로의 모스크 바닥을 볼 수 있었다.

그 마음이 너무 따뜻하고 고마워서 고맙다고 인사하려고 따라갔으나, 놓쳐서 내 마음을 전달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이런 사소한 친절이 나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그녀가 보라고 한 모스크 바닥에서 V

 

그렇게 기분 좋게 나는 카리예 모스크로 향했다.

카리예 모스크로 가는 길은 굉장히 로컬스러운 길들이었다.

관광객은 하나도 없고, 사람들이 실제 사는 집과, 실제 먹는 음식점, 카페, 수퍼, 학교, 유치원들을 볼 수 있었다.

골목골목이 너무 예뻐 계속 다른 길로 새서 카리예 모스크까지 가는데 한시간은 족히 더 걸린 것 같다.

그런데 카리예 모스크는 공사 중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하지만 더욱 값진 경험을 했다.

골목골목 아이들이 뛰어 놀고,

히잡을 쓴 무슬림 여성들이 아이들 초등학교에 픽업을 가서 함께 귀가하고.

또 근처 수퍼에서 장을 보고 하는 모습들까지.

그들의 진짜 삶을 잠시나마 본 것 같아 값졌다.

나는 이날 이 골목들이 이스탄불에서 본 곳 중 가장 로컬스러웠고, 가장 인상 깊었다.

 

카리예 자미 근처의 로컬 골목

 

그리고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 중 한명인 터키 할아버지를 만났다.

로컬들만 있는 카페가 있었는데, 다른 카페들에 비해 아저씨들이 많아서 궁금해 들어갔다.

 

차를 시키려고 하는데, 밖의 테라스에 앉아 계시던 할아버지께서 앉으라고 손짓으로 말하셨다.

할아버지는 영어를 거의 하지 못하셨다.

그러고는 터키말로 주방쪽에 차를 주문하셨다.

한잔에 5리라였는데, 차가 나오자 할아버지가 꼬깃한 5리라 지폐를 꺼내시더니 차를 사주셨다.

너무 놀랐고, 너무 마음이 따뜻해졌다.

말이 통하지는 않지만 이 할아버지의 마음이 와닿았다.

자신이 사랑하는 고국을 여행하는 낯선 이방인에 대한 호의가 너무나도 순수하고 아름다웠다.

이후 가게에서 일을 봐주는 17살 꼬맹이 터키애가 합류했는데,

이 아이는 본인도 영어를 못하면서 내가 신기했는지 구글 번역기를 사용해 나와, 할아버지와 대화를 나누었다.

이 친구는 내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라고 하니 본인도  기계공학도가 되어 엔지니어가 되는게 꿈이라고 했다.

할아버지는 내가 차를 다 마시자 한 잔 더 마시라며,

손님을 대접하는 터키의 전통이라 하셨고, 두번째 차를 다 마시니, 터키 커피는 마셔봤냐며 한 잔 더 사주시려고 하셨다.

구글 번역기로, 저도 한 잔 대접하고 싶다고 말씀 드렸지만 극구 사양하셨다.

 

할아버지가 사주신 터키 차. 터키 사람들은 이 잔에 차를 마신다.

 

차를 다 마시고 할아버지께 구글 번역기로 내 감사한 마음을 전달하고 악수하고 떠났다.

간판도 없었던 로컬 카페라 훗날 다시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함께 찍은 사진을 전달해드리고 싶었는데, 꼬맹이가 말하길 할아버지는 핸드폰이 없으시단다.

꼬맹이는 내 인스타를 물어봐서 알려주었다.

 

 

 


 

 

그리고 한참 더 돌아다니다 꼬맹이가 추천해준 로컬 식당에 갔다.

터키식 피자인데, 본인이 좋아하는 음식점이란다.

확실히 로컬식당이었던게, 사람들이 가득했고, 내가 들어가니 굉장히 의아해 하는 표정이었다.

외국인들은 잘 안 가나보다.

여기에서 먹은 음식은 Lajmacun이라는 음식이었는데, 저 안에 토마토, 다진 고기, 야채 등이 들어있다.

나는 완전 이국적인 맛은 아니었는데, 굳이 비교하자면 만두와 조금 비슷했다.

나는 서양 음식을 잘 못 먹는데, 터키 음식은 전혀 짜지 않고 내 입맛에 잘 맞는다.

그리고 건강한 맛이어서 정말 좋다.

 

Ozkilis Kebapcisi의 lahmacun과 ayran (터키 요거트 음료)

 

저녁식사를 마지막으로 나는 호스텔에 돌아와서 아테네로 떠난다.

 

 


 

 

아테네로 가기 위해 공항으로 가는 길에 나는 버스에서 친절하고 귀여운 터키 대학생들을 만난다.

그들은 기숙사 친구들로, 대학교 1학년이란다.

다 집 떠나와 공부하는 친구들인데, 이스탄불을 구경하고 외곽의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이었단다.

5명 중 1명은 건축공학 전공, 나머지는 컴퓨터 공학 전공으로 나는 전공만 들어도 친숙함을 느꼈다.

 

호스텔부터 버스-지하철을 타고 2시간이 걸려 공항으로 가는 길이었는데,

물론 나도 스스로 잘 길을 찾을 수 있었지만, 애들이 내가 딱봐도 공항 가는 길이니

본인들도 공항에 간다고 같이 가자고 했다.

 

다섯명중 가장 머리가 짧고 뽁슬뽁슬하고 공부 잘하게 생긴 Betul 이라는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 친구는 내가 딱봐도 한국인 같았단다.

친구들한테도 버스에서 저 언니 한국인이라고 했다고.

귀여웠던 터키 친구들은 자기 출신 지역에 대해서 싹 소개를 하고 나보다 두정거장 먼저 내렸다.

Betul과는 인스타그램 교환을 해서 지금도 내 포슽이에 좋아요를 누른다 ㅋㅋ

이렇게 이스탄불 올드타운에서의 마지막도 재밌는 사람과의 대화로 마무리 되었다.

 

 

여행은 불과 몇분 전까지만 해도 존재조차 몰랐던 처음 보는 사람과 쉽게 말하고 대화 나눌 수 있도록 하는 용기와 힘을 준다.

그러한 짧은 만남은 몇년이 가도 기억에 남고, 어쩌면 평생동안도 기억될 소중한 순간이고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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