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의 마지막 도시는 아테네였다.
아테네는 이름만 들어도 설레이는 도시다.
역사와 유적, 그리고 올리브가 많을 것 같은 도시.
전날 산토리니에서 미국 변호사 John, 영국 선생님 Valentina와 새벽 네시반까지 놀다가 한시간 반 자고 아테네로 넘어갔는데, 정말 정신이 혼미했다.
아테네 공항에서 9유로 메트로를 타고 Monastraki 역까지 가는데는 한시간 정도 걸렸다.
아테네에서 머물 hostel은 Athens Hawks 호스텔로, 아테네에서 가장 리뷰가 많은 곳이었다.
배낭여행 하는 애들은 보통 hostel world라는 앱에서 호스텔을 구하는데,
재밌게도 눈이 비슷비슷하다보니, 다니는 호스텔은 거의 비슷하다.
산토리니에서 만났던 호주친구 Harry와 미국친구 John은 심지어 같은 날 Athens Hawks에 머물고 pub crawl (호스텔에서 하는 행사. 여러 로컬 바, 클럽 투어 다니는 이벤트이다) 도 같이 갔으면서 서로 몰랐다더라 ㅋㅋ
John이 산토리니에 오기 전에 아테네에 있었다면서 말해주길 Athens Hawks 주변이 안전한 neighborhood는 아니라며
"Just don't go outside at night."라고 했다. ㅋㅋㅋ
그래서 내가 그럼 호스텔에서만 노냐며..
실제로 아테네 골목골목은 그렇게 안전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래피티도 많고, 호스텔이 있는 area는 더 그랬다.
호스텔에 가서 하루 늦은 체크인을 하고 방에서 정말 재밌고 유쾌한 사람을 만났다.
이스라엘에서 온 Toni라는 아주머니였는데, 내 또래의 아들이 있는 분이셨다.
이 분은 나이도 꽤 있고, 돈도 있는데 왜 호스텔에 머무는가?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다.
아주머니랑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여행에서 가장 좋은 것은 다양한 사람과 문화를 만남으로써 편견이 없는 사람이 되고 마음이 열린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나중에 꼭 Tel Aviv (이스라엘)에 오라고, 자기가 호스트가 되어주겠다고 했다.
인스타그램도 교환하여 전쟁이 발발하고 아주머니께 메시지를 보냈는데, 답이 없으셔서 걱정이 된다.
그래도 인스타그램을 active하게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셨으니까, 연락을 못 보셨을 거라고, 괜찮으실거라고 믿고 있다.
아주머니와 긴 이야기를 끝내고 나니 시간이 꽤 되었다.
다음 날 저녁에 다시 이스탄불로 넘어가는 일정이었기 때문에, 시간이 별로 없어 얼른 도시를 둘러보러 나갔다.
가는 길에 배가 고파 아무 보이는 음식점에 들어갔다.
호스텔에서 모나스트라키 광장으로 가는 길에 있던 야외 음식점 중 하나였다.
사람들도 꽤 많고, 무엇보다 의자가 너무 예뻤다.
내가 좋아하는 나무의자!
무엇보다 아저씨가 굉장히 친절하셨는데, 난 기분 좋은 에너지의 호객행위는 즐겁다.
그냥 사람들과 소통하는 느낌이어서.
주인 아저씨는 음식을 서브하고 계속 테이블을 돌아다니면서 스몰토크를 자연스럽게 하시는 분이었다.
굉장히 멋있는 타투를 갖고계셨는데, 300개의 연꽃이랬나.
스파르타 출신 분이신데, 영화 300에 나온 연꽃?으로 상징적인 의미가 있댔다.
사실 그 전날의 행오버와 피곤함, 그리고 홍합하고 치즈, 토마토만 있다보니 많이 못 먹고 체크를 달라고 했는데,
아저씨가 맛이 없냐며 ㅋㅋ ㅠ
그래서 아니라고, 숙취 때문에 그렇다고 하고 계산하려는데,
아저씨가 나한테 자기 전화번호랑 왓츠앱 계정을 적은 종이를 준다.
만약에 할 거 없으면 저녁에 연락하란다.
재밌는 아저씨다.
그래도 내 연락처를 안 물어보고 본인의 연락처를 줘서 나름 매너남으로 기억하겠다.
아테네 시내에는 곳곳에 유적들이 있는데, 각기 입장료를 낼 수도 있고, 통합 입장권이 있다.
나는 30유로를 내고 통합 입장권을 구매했다.
각각의 유적에서 티켓을 살 수 있지만, 아크로폴리스 같은 가장 큰 유적에 가서 티켓을 사려면 줄을 기다려야할 수도 있다.
나는 아크로폴리스 가는 길의 Hadrian's library라는 곳에서 티켓을 사서 바로 들어갔다.
그리고 아크로폴리스 가는 길의 몇몇 유적에도 들어갔는데 솔직히 이름은 모르겠다.
여행을 시작할 때에는 포부있게 유적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했었는데,
결국 역사적 배경 같은 것은 잘 기억에 남지도 않고, 내게 기억에 남는 것들은 내가 본 것들, 이미지들이라 구경만 열심히 했다.
며칠간 누적된 피로로 걸어다니는데도 졸음이 쏟아졌다.
그래도 호스텔에서 쉬는 것보다는 밖에서 사람들도 구경하고, 분위기를 느끼며 쉬고 싶어 걷다가 잠시 카페에 갔다.
아테네 여행 책에서 봤던 계단 카페를 우연히 발견해서, 유명한 오렌지 케익과 커피를 마셨다.
에스프레소 프레도와 그릭커피까지 커피 두 잔을 마시니 좀 살아나긴 하더라.
그리스 커피니까 둘 다 with a little bit of sugar :)
커피를 마시니 좀 살아나서 아크로폴리스쪽으로 걸어갔다.
정신이 말짱할 때 보고 싶어서 입장은 하지 않고 언덕에서 도시만 내려다 보고 오려고 했다.
이때 설렁설렁 아크로폴리스 언덕으로 올라간 건 잘 한 선택이었다.
해질 무렵 도시의 색이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
아크로폴리스 입구를 찾기가 어려워 헤매이고 있던 중 앉아 있는 뉴질랜드 아저씨께 길을 물어봤다.
아저씨는 홍콩에서 일하는 변호사이신데, 처음 변호사 일을 시작할 때 홍콩에서 일을 시작해 10년이 넘게 거기서 일하고 계신다고.
아저씨가 아크로폴리스 입구까지 이야기하며 동행했다.
입구에 다다르자 아저씨는 티켓 줄이 긴데, 곧 폐장 시간이 가까워오니 먼저 들어가라고,
기회되면 저녁을 먹자고 하셨다.
아저씨는 인스타가 없고, 나는 왓츠앱이 없어, 정말 신기하게도 이메일 주소를 공유했다 ㅋㅋ
아저씨와 헤어지고 아크로폴리스까지 온 김에 들어갔는데, 가는 길에 마주친 음악당.
규모가 굉장히 크고, 여전히 공연도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이날도 리허설을 하고 있었다.
파르테논까지 올라가는 길은 꽤나 언덕에 있었는데, 그래서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는 도시가 더 아름답다.
사실 나는 파르테논 신전 등을 보는 것보다도, 옆의 언덕에서 올려다본 파르테논 신전과 아크로폴리스가 더 아름다웠다.
실제로 해질 무렵 6시 반-7시 사이 여기에 많은 관광객들이 있다.
몇몇 사람들은 Mythos 맥주를 갖고와 마시고 있었는데, 부러웠다.
옆에 상점이 있으면 나도 사서 마시는건데.
해지는 것을 보고 슬슬 나는 호스텔로 향했다.
내가 머문 Athens Hawks 호스텔은 호스텔 월드 리뷰로 보나, 산토리니에서 만난 친구들의 말을 들으나
굉장히 social한 호스텔이어서, 얼른 새로운 친구들, 배낭여행자들을 만나고 싶었다.
방에 들어가니 아까 못본 친구들이 몇 있었다.
호주에서 온 잭과, 네덜란드 출신이자 베트남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잭.
Two Jacks를 만났다.
호주 잭은 멜번에서 온 plumber 배관 수리공으로 이번 여행에서 만난 또 다른 96년생이었다.
4개월째 여행하고 있다고 했던 것 같다.
맥파이 모자를 쓰고 있던 호주 잭과 이야기를 하는데 등장한 Marcus.
들어오자마자 얘기하는 나랑 Jack 보고
"Are you guys together?" 이란다. (커플이냐는 뜻)
여기서 참 편견 없는 친구구나 했다.
Marcus는 너무나 스윗한 친구여서 지금도 연락을 계속 하고 있는 친구다.
이 친구는 South Africa 출신으로, 호주로 이민가 현재는 Perth에 살고 있는 친구다.
자기 누나와 누나 친구와 여행하는데, 호주 밖으로 나온게 처음이란다.
뉴질랜드도 안가봤다고.
22살인가 굉장히 어린 친구였어서 그런지, 아직 여행에서 만난 인연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순수한 친구다.
이렇게 만난 나, Marcus, Two Jacks는 호스텔 루프탑 바로 갔다.
호주 친구들은 참 친절한데, 내가 호스텔에서 제공하는 one free drink 쿠폰을 잃어버렸더니, 호주 잭이 자기 쿠폰을 줬다.
쿠폰이 샷만 마실 수 있는 거라 자기는 샷은 안 마신다나. (그래놓고 마심)
나는 그렇게 ouzo로 밤을 시작했다.
이날 Marcus와 같이 여행하는 사촌누나도 와서 같이 수다 떨고 놀았다.
화장실에서 만난 미국인 두명도 조인해서 비어퐁도 하고 재밌는 밤이었다.
특히 이날 Marcus 와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남아프리카의 apartheid와 같은 딥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속이 깊고 편견 없는 친구였다.
그리고 내가 맥주를 다 마실 때마다 Marcus와 호주 Jack이 본인들 맥주 사러가면서 내것도 사다줘서 고마웠다.
이게 호주의 문화였던가?
호주 교환학생 시절에는 교환학생 친구들과 놀다보니 잘 모르겠다.
나도 이런거 배워야지 생각했다.
호주 애들은 정말 nice하고 sweet한 것 같다.
나도 답례로 모두에게 ouzo 샷을 돌렸다 ㅋㅋ
나는 술마시면 샷 돌리는 습관이 있는 것 같다.
내가 즐기는 그 순간과 앞으로 간직할 추억에 대한 감사표시로 생각한다.
그렇게 놀다 호주 Jack이 엄청 취해서 배고프다고 하여 우리 네명은 바깥에 음식도 먹으러 가고..
밤 거리가 위험해 보여서 얼른 호스텔로 돌아와 로비에서 체스도 두었다.
호스텔 아저씨가 취했다고 들어가서 자라고 할 때까지 재밌게 놀았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가방이랑 핸드폰이랑 여권이 없었다.
완전 패닉했다.
술을 그렇게 많이 마시지 않았던 것 같은데 피곤해서 그냥 골아떨어진 것 같다.
이날 이스탄불로 저녁에 돌아가는 일정이어서 패닉했다.
물건들을 찾으러 돌아다니다 내 가방은 리셉션에서 찾았다.
전날 Jack이 먹을거 찾으러 갈 때 바에 가방을 놓고 갔나보다..;
그런데 여전히 내 여권과 핸드폰이 없어 누가 가방에서 그것들만 가져간줄 알았다.
방으로 돌아와 여기저기 뒤지다가 여권이랑 핸드폰을 찾았는데..
바로 내 다른 purse 가방 안에 들어있었다.
취한 와중에 핸드폰이랑 여권만은 챙긴다고 가방에 꼭 넣어놓고 잤나보다.
기억도 안난다.
옆에 전날 만난 이스라엘 아주머니 Toni가 자기랑 나랑 어리버리한게 똑같다고 엄청 웃고..
나는 체크아웃 시간이 지나서 헐래벌떡 짐싸고 샤워하고 나왔는데,
여유롭게 나갈 준비하던 Toni도 알고보니 그날 체크아웃이더라.
뭐하세요!? 아주머니도 늦었잖아요?? ㅋㅋㅋㅋ 모두 박장대소 했다.
그 와중 정신 없던 내가 지갑을 또 바닥에 떨구고 짐 싸고 있었더니
아주머니가 와서 "Now I am gonna beat you!! (너 이제 좀 맞자!)" 라고 해서 너무 웃겼다.
아주 유쾌한 아주머니였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체크아웃하고 two jacks와 밥을 먹으러 나갔다.
Marcus는 벌써 새벽 네시에 체크아웃하고 다음 행선지로 떠난 뒤였다.
그리스에서의 식사가 얼마 남지 않아, 나는 proper 그리스 음식을 먹어보고 싶었다.
Monastraki 광장에서 간 음식점.
역시나 테라스에서 먹을 수 있어 좋았다.
전날 너무 놀아 피곤했는데, 맥주를 마시니 살아났다.
신기하다.
밥 먹고 two jacks 는 자러 호스텔로 돌아가고 나는 아테네에서 남은 시간을 알차게 보내보기로 한다.
여기에서 젊은 엄마와 6살쯤 되어보이는 아들이 사진을 찍어달래서 사진을 찍어줬다.
어디서 여행왔냐고 물어봤는데, 아테네 사람들이란다 ㅋㅋㅋㅋ
아테네 사람들인데 정작 아고라 안엔 처음 들어와봤다고.
언제나 올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안 오게 되었단다.
재밌는 이야기다, 서울 사람들이 남산타워에 안 가는 것과 비슷한 원리인 것 같다.
고대 아고라는 너무 아름답고, 아크로폴리스 보다 사람들이 많지 않아 방해 받지 않고 그리스만의 특유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어 행복했다.
이번 여행 중 가장 행복했던 순간 중 하나였고,
세계여행에 대한 내 새로운 꿈이 구체화된 순간 중 하나였다.
고대 아고라를 한참 구경한 뒤 나는 제우스 신전을 보러 갔다.
아테네에는 아이스크림 가게가 많은데, 사람들이 많이 먹고 있어 한군데에 가보았다.
아이스크림 콘도 너무 예뻤다.
그리고 회사 동기들이 이번 추석 때 여행을 많이 가서,
각 나라의 술을 사오는 것을 미션으로 주었는데, 나는 그리스의 우조를 샀다.
가족들과 마시려고 한 병 더 공수했다.
그리스를 곧 떠나니 보일 때 샀더니 들고다니는게 꽤나 무거웠다.
제우스 신전에 가니 전날 밤 호주 잭이랑 이야기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호주 Jack이 말하길,
"어떤 사람이 그러던데, 4개 기둥이랑 돌덩어리 보려고 20유로를 냈다던데?"
그 '어떤 사람'이 갔던 곳이 아무래도 제우스 신전인거 같다 ㅋㅋ
제우스 신전을 둘러보고 옆에 botanic garden 같은 공원이 보여 가봤다.
공원 끝에는 자피온이라는 홀이 있었는데, 뭐하는덴지 잘 모르겠다.
외관이 예뻐 찍었다.
이스탄불로 가는 비행기가 20시였던 관계로, 아테네 공항으로 가기 위해 호스텔로 돌아갔다.
나는 그리스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세상에 얼마나 넓은지, 그리고 삶의 모습과 형태, 가치관이 얼마나 다양한지 크게 느낀 곳이었다.
내가 삶을 사는 방식에 대한 고민을 하고 내가 진정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을 해보게한 계기였다.
그리스를 떠나는 것은 정말 아쉬웠다.
기회가 된다면 그리스에서 1-2달 여행해보고 싶다.
작은 마을도 가보고 싶고, 미국 John처럼 오토바이 여행하며 발이 닿는 대로 여행하는 것도 꼭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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