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의 마지막 포스팅이다.
어느덧 여행을 다녀온지도 20일이 다 되어가는게 실감나지 않는다.
나는 이번 여행에 그리스를 꼭 포함시키고 싶었는데,
그리스를 IN-OUT에 포함시키면 비행기 값이 비싸져,
터키 이스탄불을 IN-OUT으로 정했다.
아테네에서 저녁 비행기로 돌아와 나는 이스탄불 신시가지의 Wabi sabi 호스텔로 향했다.
여기는 호스텔월드에서 평이 굉장히 좋았던 호스텔 중 하나여서 기대했었다.
Social 한 호스텔 중 하나라고.
6일 저녁 비행기로 도착했는데, international flight로 입국해서 그런가
입국하는데 시간이 꽤나 걸렸다.
그래도 신시가지로 가는 havaist 버스는 꽤나 늦은 시간까지 있었다.
Havaist에서는 카드로 보통 버스에서 티켓을 구매할 수 있는데,
신시가지, 탁심으로 가는 버스는 티켓부스에서 따로 티켓을 구매하라고 했으니,
추후 탁심 가는 havaist 버스를 타시는 분들은 염두에 두시면 좋을 것 같다.
탁심으로 가는 길은 한시간-한시간 반 정도 걸렸는데,
옆자리에 앉은 이라크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이 친구도 이번 여행에서 만난 96년생 중 하나였는데,
여동생이 블랙핑크를 굉장히 좋아해서 자기가 한국인 친구를 사귄걸 알게 되면 굉장히 좋아할거란다.
이 친구도 공학전공을 하여 지금은 이라크에 있는 Vodafone 같은 통신사에서 일한다고 한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이 친구는 터키에 몇번 왔는데 외국에 갈 때마다 KFC에 간단다.
나는
"외국에 나가서까지 왜 KFC를 먹는거야, 여기에 이렇게 맛있는 케밥이 많은데?"
라고 했다.
그가 말하길 이라크에는 KFC가 없어서, 자기에게는 외국여행할 때 KFC에 가는게 특별한 경험이라고 했다.
어떻게 보면 내 물음은 무지에서 비롯한 무례한 질문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또한 비자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이라크 여권으로 여행할 수 있는 나라가 많지 않고, 그나마 터키와 같은 국가가 이슬람 국가 중에 갈 수 있는 가장 발달한 나라 중 하나라고.
우리나라 여권으로 여행할 수 있는 나라에 거의 제한이 없음에 다시 한 번 감사하고,
또 나와 같은 privilege가 없는 사람들에게 미안함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탁심에서 내려 그와 그의 친구들과 인사를 하고 나는 와비사비 호스텔을 찾아갔다.
와비사비 호스텔에 들어가려는데 30명 정도 되어보이는 외국인들이 앞에 있었다.
걔네는 내 suitcase를 보더니,
"와비사비 호스텔 찾는거면 바로 여기야!"
"너도 바 가고 싶으면 빨리 뛰어!"
라고 했다.
너무 재밌어 보여 그 중 한명에게 너네가 어디가는지 나한테 인스타 dm으로 연락달라고 했다.
친절한 몽골 친구가 자기 연락처를 주고 떠났다.
체크인하고 방으로 들어가자 호주친구 두명과 스코틀랜드 친구, 영국 친구 한 명이 있었다.
굉장히 welcoming 했는데,
"너가 2번 침대 쓰는 친구니? Welcome home!" 이라고 했다.
그리고 만나자 마자 코로나 맥주를 한 병 주었다.
생각해보니 굉장히 친근했던 친구들이었다.
그러고 나는 몽골 친구가 말해준 바로 향했는데, 걸어서 20분이 조금 넘게 걸렸다.
거기에서는 호스텔에서 온 다양한 친구들을 만났는데,
이스라엘에서 온 Orian과 Yotam을 만났다.
둘은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인데, 거의 1년째 같이 여행을 하고 있다고 한다.
3시 정도까지 놀다가, 배고파서 숙소 근처에서 케밥을 먹고 돌아왔다.
이날 Orian은 평화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자신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인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 속에서 자라며 평화에 대한 고찰을 많이 했다고 한다.
심지어 이 친구는 자신의 생각에 대한 책을 쓰기도 했다.
정말 대단하다고 했더니, 자신이 한 것은 인터넷에서의 리서치와 생각을 조금 보낸 것 뿐이라고.
다음날은 여행의 마지막 날이어서 부지런히 움직였다.
가족과 회사 부서 사람들을 위한 기념품을 사고 도시를 더 돌아다니고 싶었다.
처음으로 향한 곳은 고등어 케밥으로 유명한 곳
줄을 꽤나 기다렸다.
같이 산 음료는 터키 로컬 음료라기에 샀는데,
"spicy" 음료라고 해서 톡 쏘는 음료인가? 했다.
근데 정말 매웠다.
터키나 그리스는 칵테일도 그렇고 음료수도 그렇고 정말 말 그대로 매운 음료들을 먹는게 신기하다.
나는 여행하면서 이런 음료는 처음 접했다.
그리고 조금 걸어서 갈라타 타워로 갔다.
갈라타 타워를 올라갈 수도 있지만, 줄도 길고 입장을 위한 돈이 아깝게 느껴졌다.
갈라타 타워로 올라가는 길에 많은 기념품 샵을 보았는데, 일일이 내가 사고 싶었던 이스탄불 문양의 컵의 가격을 비교해, 가장 값싼 곳을 찾았다.
갈라타 타워 주변을 구경하다 향한 곳은 갈라타 다리이다.
갈라타 다리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낚시를 한다.
다리 아래에는 수산물을 파는 시장도 있고, 다리를 건너는 길에는 멀리 쟈미들도 보여 운치가 있다.
다리를 건너 큰 광장이 나오는데 여기에서 터키식 도넛과 옥수수를 먹었다.
이스탄불에는 길거리에 시미트라는 빵과 구운 옥수수, 군밤을 곳곳에 판다.
특히 구운 옥수수는 20리라 (1000원) 정도 하는데, 주문하면 불에 다시 한번 데펴준다.
여기서 도넛을 사며 손이 부족해 헤매이고 있는데, 한 터키분이 말을 걸었다.
이것 저것 이야기 하다 다음 행선지인 돌마바흐체 궁전까지 동행해도 되겠냐 하여 수다를 떨며 갔다.
돌마바흐체 궁전이 가까운 줄 알았는데 한 40분은 넘게 걸은 것 같다.
이분은 다음달에 이집트로 출장을 가 돈을 환전하러 가는 길이었다고 하는데,
처음에는 작업거는건가 했으나 로쿰을 살 수 있는 저렴한 가게를 알려주고,
돌마바흐체 궁전까지 데려다주고는 가길래 그냥 친절한 사람인가보다 했다.
돌마바흐체 궁전은 어떻게 보면 굉장히 유러피안스러운 외관을 갖고 있는 화려한 궁전이었는데,
역시나 하렘에 가니 무슬림 특유의 패턴과 우아함이 묻어나 아름다웠다.
돌마바흐체 내부에서는 사진을 찍을 수 없어 공유할 수 없지만,
왕실 특유의 웅장함과 섬세함이 굉장히 아름다워 거의 40000원에 가까운 입장료가 아깝지 않았다.
돌마바흐체 궁전을 다 보고는 갈라타 타워쪽 기념품 샵으로 가 가족들에게 줄 컵들과 몇몇 제품들을 구매했다.
그러고는 리셉셔니스트가 추천해준 Koska라는 로쿰샵에 갔다.
무난하게 선물할 로쿰을 사기 좋은 곳이었다.
여기에서 쇼핑을 하고 나니 시간이 애매해 시샤하러 만나기로한 이스라엘 친구들을 만나러 가지는 못했다.
돌아오는 길 탁심에서 케밥이 많았던 골목을 찾아가 이번 여행 이스탄불에서의 마지막 케밥을 먹었다.
돌아와서는 호스텔 루프탑의 바에 갔다.
여기에서는 전날 만났던 Orian과 Yotam을 다시 만났는데,
전날과 달리 침울한 모습이었다.
Yotam은 직업 군인으로 다음날 새벽 1시 비행기로 이스라엘의 집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는데,
이날은 아침 6시 30분 쯤 하마스의 공격이 시작된 날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모든 항공편이 취소되어, 이스라엘 국영 항공편을 찾고 있었다.
그가 말하길,
"I am going to fight for my country" 라고 했다.
자신이 훈련했던 군인들과 친구들이 모두 전쟁에 나갈 것이기 때문이라고.
Orian은 이후 필리핀으로 갈 예정이었는데,
아마 함께 이스라엘로 들어간 것 같다.
이날 후회되는 것은,
나는 이 일의 심각성을 크게 알고 있지 못하여 더 함께 있어주지 못하고,
support 해줄 수 없었다는 점이었다.
돌아온 이후 이 일은 나에게 큰 충격와 깨달음으로 다가왔는데,
지금도 매일 뉴스를 찾아보고 있다.
그리고 평화에 대한 생각과,
내가 하는 일과 직업적 사명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보게 되었다.
내가 하는 일이 단순 나의 안위와 성공을 위한 것이 아니라,
보다 많은 사람에게 이로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
그리고 무엇보다 나에게 더 뜻깊은 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
이 두 친구와 함께한 시간은 많지 않지만,
이 친구들이 내게 말한 평화와 사명에 대한 이야기는
오늘도 선명하게 기억되는 것이었다.
이번 여행은 나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었다.
내가 인생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내가 어떻게 지금까지 내가 진정 원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으며 살아왔는가에 대한 고찰이었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만난 이번 여행의 마지막 친구는 우즈베키스탄의 엘레나였다.
처음에는 그녀가 무뚝뚝해보였는데,
내가 "혼자 여행해?" 라는 한마디를 건내고는 거의 2시간을 수다를 떨었다.
너무 즐거운 대화였는데,
그녀는 사실 비행기가 출발하기 전에 울고 있었단다.
나 역시 집과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다소 우울했는데,
그녀 역시도 그랬다고 한다.
자기에게 toxic한 environment로 돌아가는 것이 너무나 슬펐다고.
우리가 한 말 중 기억에 남는 것은
"Now I know I have a choice. If the job or the environment that we are in are too suffocating. We can always make a choice to leave, because we are that capable."
우리는 똑똑하고 능력있는 사람들이기에,
우리가 원하는 선택을 할 수 있고,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선택을 항상 할 수 있다는 것.
이번 여행에서 돌아와서 내가 매일 마음에 새기고 있는 말도 일맥상통한다.
"Ten years from now, make sure you can say that you chose your life, not settle for it."
다음 여행은 어디로 갈지 벌써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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